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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꺼

김 과장은 어.떻.게. 미국 변호사가 되었을까?

by khany 2008. 5. 27.
김승도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특허팀 과장
김 과장은 어.떻.게. 미국 변호사가 되었을까?
李善珠  TOP CLASS 편집장 (sunlee@chosun.com)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연구개발총괄본부 특허팀 김승도 과장. 2007년 5월 26일은 그에게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미국에서도 따기 어렵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주의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토요 근무를 하고 있던 오전 10시, 인터넷에 접속하니 합격자 명단에 그의 영문 이름이 버젓이 올라 있었다. 그러나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내에게 제일 먼저 알리고 싶었다. 퇴근 후, 서울에 있던 아내를 차로 픽업해 산본 집으로 데려오면서 이야기했다.
 
  “아내가 울더군요. 그제야 ‘내가 큰일을 했구나!’ 하는 느낌이 왔습니다.”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공돌이’인 그는 특허팀에서 근무하면서 법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999년 한국방송통신대학 법학과 3학년에 편입해 졸업한 후 미국 캘리포니아의 통신과정 로스쿨(correspondence law school)에 입학했다. 그러나 2004년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한동안 변호사 시험을 볼 수가 없었다. 응시자에게 미국의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를 요구하는 규정이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변호사협회와 연방정부에 이 규정이 부당하다고 호소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런데 2005년 말 기적같이 이 규정이 사라졌다. 그는 회사를 다니며 2006년부터 시험 준비를 시작해 2007년 2월, 두 번째 도전 만에 미국 변호사 자격을 따냈다.
 
  퇴근 후 시간만을 활용해 미국 변호사가 된다?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일을 해낸 김 과장을 토요일 오전, 그가 주로 공부했다는 산본도서관에서 만났다. 그를 보니 ‘상황이 안 돼 꿈을 이루지 못한다’는 사람들의 흔한 말이 변명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996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입사한 그는 특허팀에 자원했다. 공대 출신이지만, 법률적 마인드를 키워 크로스오버의 자질을 갖추면 경쟁력이 생길 것 같았다. 그가 맡은 일은 연구소에서 개발한 것을 외국에 특허 출원할 때나 특허 분쟁이 생길 때 변호사가 잘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특히 미국시장이 중요해 미국에서 특허 분쟁이 붙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변호사 자격을 갖추면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미국의 로스쿨로 유학을 떠날까도 고민해 봤지만 까마득했다.
 
  “로스쿨을 졸업하려면 몇 억씩 들여야 하는데, ‘언제 그걸 다 모으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송통신 과정으로 한국과 미국 법대 졸업
 
  이때 캘리포니아 주가 통신과정으로 로스쿨을 마친 외국인에게도 응시 기회를 준다는 정보를 얻었다. 일단 방송통신대에서 법률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공대 출신의 논리를 활용해 법률공부를 하는 게 재미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성적우수 장학금도 받았다. 그때부터 “야근을 하든 회식을 하든 하루 한두 시간씩이라도 공부를 빼먹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려 노력했다. 사원 기숙사에서 생활할 때는 퇴근 후 무조건 기숙사 도서관에서 단 몇 시간이라도 책을 본 후 잠자리에 들었다. 결혼 후에도 그 원칙은 깨지 않았다. 집 근처 산본도서관에서 저녁마다 공부했고, 주말에는 하루 12시간, 총량을 정해 놓고 공부를 했다.
 
  “새벽 6시에서 저녁 6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한 후 아내와 저녁 시간을 같이 보내거나, 아침에 아내와 느긋한 시간을 보낸 날은 아침 11시부터 밤 11시까지 12시간 동안 공부했습니다. 일단 나오면 집에 안 들어가는 게 원칙이었지요. 몸이 늘어지니까요. 점심도 밖에서 해결했습니다.”
 
  미국의 통신 로스쿨은 입학은 쉽지만, 1학년 때 시험을 통과해야 학업을 계속할 수 있다. 합격률은 10%대. 세 번까지 기회를 주고 합격하지 못하면 자연 탈락이다. 미국인 교수의 강의를 동영상으로 들은 후 미국으로 건너가 시험을 보는 과정. 캘리포니아 변호사 시험은 더 어렵다. 에세이와 객관식, 변호사의 업무를 모의로 해내는 ‘performance test’를 사흘 꼬박 치른다. 다른 주에서 대법관을 하던 사람이 캘리포니아 변호사가 되기 위해 시험을 봤다 떨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험을 준비할 때는 퇴근 후 저녁 9시부터 12시까지 독서실에서 3시간, 집에 돌아가 12시 30분에서 2시까지 공부했습니다. 6시에 일어나 통근버스를 탔으니 하루 4시간밖에 못 잤지요. 모자란 잠은 출퇴근 버스에서 해결하고요.”
 
  2006년 7월, 준비는 덜 됐지만 경험상 시험을 치러 보기로 했다. 시차 적응이 덜 돼 머리는 띵한데, 호된 시험을 치르자니 뭐든 먹히지도 않는데다 먹는 대로 토했다. 끝난 후에는 시험을 치른 사람들이 함께 환호하면서 모르는 사람끼리도 서로 축하해 주었다. ‘괜찮네, 재미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불합격했지만, 합격선에서 그리 먼 점수가 아니었다.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두 번째 도전 만에 합격했다.
 

  어려운 공부를 하느라 회사 일에 지장을 주진 않았을까? 그는 “일을 빨리 끝내야 야근 없이 공부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근무시간에는 오히려 더 집중해서 일하게 됐다”고 한다. 퇴근 후 술자리를 무조건 피할 수도 없었다. 그는 “횟수를 조절했다”고 비결을 털어놓는다. 일주일에 한두 차례로 약속을 조정하면서 11시 전에 자리를 끝내는 게 원칙. 소주도 한 병 반, 다음 날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까지만 마셨다. 그는 자신에 대해 ‘원래 게으른 사람’이라고 평한다. 스스로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 한없이 퍼지고, 그래서 자꾸 목표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2월에 시험을 치른 후에는 만삭인 아내와 저녁마다 산책을 하면서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게 행복이구나’ 하고 느끼지요. 원래 여유 있게 살았다면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을 거예요.”
 
  그런데 긴장감 없는 생활이 점점 무료하고 재미없어지기 시작했다. ‘또 다른 목표’가 필요한 시기다. 그는 요즘 회사에서 ‘면류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한다.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얻고 나니 자신의 말에 신뢰성이 생기면서 회의 때도 전문가로서 발언할 수 있게 됐다. 다음 목표는 미국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 취업 비자 이상을 받아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에게만 응시 기회가 주어지기에 파견근무 기회를 활용할 생각이다. 일단 준비해 두고 기회를 기다리겠다는 것. 입사 때 740점이었던 토익 점수를 920점까지 끌어올렸던 그는 이제 일본어 공부에 도전할 생각이다. 이번 가을 아빠가 되는 그는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열 번 훈계하는 것보다 부모가 먼저 공부하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고 한다.
 
  사진 : 신규철
 
 

  ▣ 자기 계발을 꿈꾸는 직장인을 위한 김 과장의 조언
 
  구체적인 목표를 만들어 자신에게 부담을 주십시오
  누구든 편한 것을 좋아합니다. 저 역시 퇴근 후나 주말이면 가장 편한 자세로 텔레비전을 보며 낄낄거렸습니다. 제가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은 목표를 세워 스스로에게 부담을 지웠기 때문입니다. 영어 공부도 토익 점수를 몇 점까지 올리겠다고 목표를 세우고 되도록 시험을 자주 보면서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려고 했습니다.
 
  술자리 강박증에서 벗어나세요
  회식이나 술자리에 빠지면 왕따가 될 것 같아 끌려 다니다 보면 연이은 술자리가 업무에까지 영향을 끼칩니다. 목표를 세웠다 해도 중간에 포기하고 말지요. 술자리 강박증에서 벗어나세요. 술자리가 뜸하다고 동료나 친구가 당신 곁을 떠나진 않습니다.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을 매일 일정하게 확보하십시오
  하루에 한두 시간이라도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을 떼어 두고, 리듬을 잃지 않고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집에서 공부하기 어렵다면 퇴근 시간을 늦춰 회사에서 공부하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꿈은 여러분을 버리지 않습니다. 단지 여러분이 꿈을 버릴 뿐입니다. 목표를 세웠으면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