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기

파울루 코엘류 “작가의 의무는 사람들 사이 다리 놓기”

by khany 2008. 10. 18.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만난 파울루 코엘류
한겨레 김일주 기자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브라질 작가 파울루 코엘류(61)의 ‘전세계 1억부 판매 돌파’를 축하하는 물결로 들썩이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전시장을 둘러싼 거리와 상점에서 축하 메시지를 담은 펼침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0년전 초판 900부를 찍은 <연금술사>로 작가로서 첫 발을 디딘 그의 소설은 지금까지 160여 개국 67개 언어로 출간됐다.

매일밤 나 자신과 대화
이를 풀어 썼더니 소설

 
지난 14일 열린 도서전 개막 기자회견에서 ‘대중스타로서의 작가(The Writer as a Pop Star)’라는 주제로 연설하기도 한 코엘류는 <연금술사>를 비롯해 국내에 번역 소개된 책 열 권이 모두 합쳐 230만부 팔렸을 정도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스타 작가’다. 16일 도서전 행사장 근처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한,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1억부 판매를 돌파한 소감을 묻자 그는 “20년전 작가가 되겠다는 꿈만 지닌 채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결과”라며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또 종교 때문에 세계가 갈등을 겪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이야기’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가 소망이 실현되도록 돕는다’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메시지를 담은 코엘류 소설들은 교훈적이고 쉽게 읽히는 ‘자기고백적 우화’ 형식이 특징이다. 그는 “특정한 형식을 따르려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나 자신과의 대화를 책으로 풀었더니 독자들도 기뻐하고 모든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날마다 하루를 마감할 무렵이면 시간을 내 자기 자신과 대화한다며 “내 책은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내가 품었던 의문들에 대한 답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대표작 <연금술사>를 비롯해 작품들마다 성경을 우화로 풀어낸 듯한 이야기에 이슬람교 등 다른 종교 이야기를 넣는 것도 코엘류 소설이 지닌 특징으로 꼽힌다.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소설을 통해서나마 화해시키려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유대인이 이슬람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기독교가 불교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면 세상이 어떻게 가까워질 수 있겠나?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며,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 그런 세상을 가능하게 하는 게 모든 작가와 화가, 음악가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로 나눌 얘기 있다면
우리에게는 ‘희망’ 있어

코엘류는 유럽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듯 살며 작품 활동에 영감을 얻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번에 한국에 처음으로 선보인 산문집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그 길(작가의 길)은 나를 수많은 곳으로 이끌었고,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말처럼 신발을 바꾸는 것보다 더 많이 나라를 바꾸게 했다”고 고백했다.

“삶이 곧 여행입니다. 여행할 때 우리는 안전하고 익숙한 세계에서 벗어나 마치 어린 아이처럼 우주를 향해 열려 있는 상태가 되지요. 여행은 진정 우리가 이웃과 가까워지도록 등을 떠밉니다. 제 소설의 원천은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나옵니다. 오늘 같은 시대를 살수록 이웃들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일이 중요합니다. 언어는 중요하지 않아요. 나를 한국 인천공항에 떨어뜨려놔도 아무 문제 없어요.”

올해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네 번째 방문한 코엘류는 “다른 작가들은 평소 도서전에 잘 나타나지 않지만 나는 도서전이 출판인·독자들과 만나는 특별한 축제 같은 순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에든 열정적인 브라질 사람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그는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독자들과 소통하는 데 적극적이다.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는 러시아에서 <연금술사>의 해적판이 인터넷에 돌아 오히려 책 판매에 성공을 거둔 사례를 언급하며 “작가와 출판인, 서적상들은 온라인을 무조건 ‘적’으로 여길 게 아니라 좀 더 창의적이고 열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러 작품을 통해 ‘자아의 신화를 사는 삶’을 강조해 온 그는 “나에게 ‘자아의 신화를 사는 삶’은 작가로 산다는 걸 의미한다. 작가의 삶이 언제나 장밋빛인 건 아니지만 죽을 때까지 작가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김일주기자 pearl@hani.co.kr



기사등록 : 2008-10-16 오후 07:34:44 기사수정 : 2008-10-16 오후 07:37:52
한겨레 (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