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만난 파울루 코엘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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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도서전 전시장을 둘러싼 거리와 상점에서 축하 메시지를 담은 펼침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0년전 초판 900부를 찍은 <연금술사>로 작가로서 첫 발을 디딘 그의 소설은 지금까지 160여 개국 67개 언어로 출간됐다.
매일밤 나 자신과 대화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한,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1억부 판매를 돌파한 소감을 묻자 그는 “20년전 작가가 되겠다는 꿈만 지닌 채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결과”라며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또 종교 때문에 세계가 갈등을 겪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이야기’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작 <연금술사>를 비롯해 작품들마다 성경을 우화로 풀어낸 듯한 이야기에 이슬람교 등 다른 종교 이야기를 넣는 것도 코엘류 소설이 지닌 특징으로 꼽힌다.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소설을 통해서나마 화해시키려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유대인이 이슬람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기독교가 불교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면 세상이 어떻게 가까워질 수 있겠나?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며,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 그런 세상을 가능하게 하는 게 모든 작가와 화가, 음악가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희망’ 있어
코엘류는 유럽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듯 살며 작품 활동에 영감을 얻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번에 한국에 처음으로 선보인 산문집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그 길(작가의 길)은 나를 수많은 곳으로 이끌었고,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말처럼 신발을 바꾸는 것보다 더 많이 나라를 바꾸게 했다”고 고백했다. “삶이 곧 여행입니다. 여행할 때 우리는 안전하고 익숙한 세계에서 벗어나 마치 어린 아이처럼 우주를 향해 열려 있는 상태가 되지요. 여행은 진정 우리가 이웃과 가까워지도록 등을 떠밉니다. 제 소설의 원천은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나옵니다. 오늘 같은 시대를 살수록 이웃들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일이 중요합니다. 언어는 중요하지 않아요. 나를 한국 인천공항에 떨어뜨려놔도 아무 문제 없어요.” 올해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네 번째 방문한 코엘류는 “다른 작가들은 평소 도서전에 잘 나타나지 않지만 나는 도서전이 출판인·독자들과 만나는 특별한 축제 같은 순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에든 열정적인 브라질 사람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그는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독자들과 소통하는 데 적극적이다.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는 러시아에서 <연금술사>의 해적판이 인터넷에 돌아 오히려 책 판매에 성공을 거둔 사례를 언급하며 “작가와 출판인, 서적상들은 온라인을 무조건 ‘적’으로 여길 게 아니라 좀 더 창의적이고 열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러 작품을 통해 ‘자아의 신화를 사는 삶’을 강조해 온 그는 “나에게 ‘자아의 신화를 사는 삶’은 작가로 산다는 걸 의미한다. 작가의 삶이 언제나 장밋빛인 건 아니지만 죽을 때까지 작가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김일주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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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08-10-16 오후 07:34: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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