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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챙이, 이티’ 배둘레햄, 즐겁게 먹으며 뺀다

by khany 2008. 12. 16.

[자연건강] 박용우 원장의 ‘다이어트 7계명’
 체중조절 체계 망가지면 굶고 운동해도 ‘도루묵’
 식습관 바꿔 내 몸이 고정한 세트포인트 낮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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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해지기 위해 살을 뺀다’보다 ‘건강해져야 살이 빠진다’고 주장하는 박용우 원장.


 한국인, 특히 남성직장인들 가운데 배둘레햄이 많습니다. 배둘레햄이라고 하면 지난해 세상을 떠난 세계 최고 수준의 테너 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연상이 되신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겉으로 날씬해 보이는 사람도 사우나에서 옷을 벗은 모습을 보면 아랫배가 볼록 나와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올챙이형 또는 이티형 체형이지요.
 
 몸이 인식하는 적정 체중 이미 높아져 있어 ‘요요’
 
 자신의 키에 적절한 체중을 가졌다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체중계 눈금만 믿어서는 큰일이 납니다.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키에 비해 체중은 많이 나가지 않지만 지방은 많고 근육량이 적은 ‘마른 비만’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복부비만은 당뇨, 고혈압, 심장병 등 성인병에 걸릴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이 그런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건강을 생각해 뱃살을 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식사량을 크게 줄이고 미친 듯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겁부터 나서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비만클리닉을 만든 박용우 리셋클리닉 원장은 즐겁게 먹으면서도 뱃살빼기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박 원장은 먼저 다이어트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건강해지기 위해 살을 뺀다’보다 ‘건강해져야 살이 빠진다’라는 것이 맞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우리 몸은 스스로 체중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있지만 잘못된 식생활습관 등으로 그 시스템이 망가져 몸이 인식하는 적정 체중이 높아져 있습니다. 적게 먹고 운동을 해서 살을 빼도 우리 몸은 높아진 체중으로 돌아가려고 하기 때문에 금세 살이 다시 찌게 됩니다.” 그가 진단하는 다이어트 실패의 원인입니다.
 
 12주 이상 금주와 운동 필수…날씬한 몸매 저절로
 
 박 원장은 체중조절 시스템을 정상화시키고 우리 몸이 ‘내 체중’으로 정해놓고 고정해놓은 ‘세트포인트’를 낮춰야 요요현상에서 벗어나 비만탈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런 점에서 그의 다이어트법은 살빼기라기보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익히는 것에 가깝습니다. 직장인들도 어렵지 않게 시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이어트가 그냥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배둘레햄을 빼려면 적어도 12주 이상은 노력해야 합니다. 그동안 술은 끊는 게 좋습니다. 불가피한 경우라면 술을 마시더라도 일주일에 맥주 3잔, 소주 2잔 이내로 주량을 크게 줄여야 합니다. 또 운동은 꾸준히 해야 합니다. 뱃살은 운동 없이 빠지지 않습니다. 두 가지를 지키기 힘들다면 포기하는 게 낫습니다. 다이어트 도전은 시간낭비나 다름없습니다.
 다음은 박 원장이 제시하는 배둘레햄 탈출법입니다. 이는 평생 건강을 누리며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강 생활습관이기도 합니다. 날씬한 몸매는 저절로 따라오게 됩니다.
 

 ◈7계명
 
 끼니를 거르지 말라
 체중조절 시스템이 망가진 이유는 불규칙한 식습관 때문이다. 끼니를 거르거나 부실해지면 다음 끼니에 과식이나 폭식을 하게 된다. 하루 두 끼에 익숙한 사람은 양을 2/3 정도로 줄여 하루 세 끼로 나눠 먹으라. 하루 세 끼를 먹는 사람은 식사량을 반으로 줄이고 하루 4끼 정도를 먹으면 좋다. 식사량을 줄이는 다이어트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먹는 양을 심하게 줄이면 지방은 물론 근육 살까지 빠져 건강은 물론 몸매도 망가진다. 또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부족으로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

 

 뱃살빼기 식단은 이렇게
 밥의 양을 반으로 줄여라. 밥은 흰쌀 대신 현미 잡곡밥을 먹어라. 칼로리가 낮은 채소, 해조류, 버섯 등을 끼니마다 의식적으로 많이 먹고 닭가슴살, 계란, 생선, 콩 등을 통해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라. 특히 저녁에는 밥, 국수, 면, 빵 등 당질 함량이 높은 식품을 피하고 고단백식인 두부, 닭 가슴살, 계란, 생선, 회, 해산물, 육류 살코기 등을 채소와 곁들여 먹으라.

 

 외식할 때의 수칙
 비빔밥이나 회덮밥이 좋다. 밥은 반공기만 넣고 먹어라. 대신 밑반찬으로 나온 나물 종류는 많이 먹어도 된다. 고깃집에 가더라도 채소, 나물, 해조류 등을 먼저 먹고 고기를 먹게 될 경우에는 살코기만 먹어라. 고기를 먹을 때도 고기 한 점에 야채 2~3장을 싸서 먹어라.

 간식을 요령 있게 하라
 ‘세트포인트’를 낮추려면 하루 4끼 식사가 좋다. 오후 3-4시에 저지방우유나 두유, 삶은 계란, 호두 같은 견과류를 먹으면 저녁 식사량을 줄일 수 있다. 간식이라 생각하고 생각 없이 먹는 과자나 스낵은 ‘체중감량의 적’이다. 커피는 블랙으로 마시고 설탕이 들어있는 인스턴트커피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꾸준히 운동을 하라
 운동 없이 ‘세트포인트’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일주일에 4회 이상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빠르게 걷기다. 하루 30분을 쉬지 않고 빠르게 걸으면 된다. 걷고 난 뒤 조금 숨이 차고 등에 땀이 약간 배어 있다면 효과를 본 것이다. 근육량이 적은 ‘마른 비만’ 환자들은 근육강화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일상에서도 많이 움직이는 습관을 들여라.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지하철을 기다리면서도 플랫폼을 오가며 걷도록 하라. 특정 부위의 군살을 빼거나 다이어트와 함께 몸짱까지 되고 싶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물을 많이 마셔라
 물은 체내 노폐물을 없애주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준다. 물은 포만감을 주고 식이섬유의 작용을 돕는다. 우리 몸은 간혹 갈증을 배고픔 신호로 오인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 물을 한잔 마시면 허기감이 없어진다.

 

 기어코 술을 먹어야 할 땐
 술을 마시는 날은 아침, 점심 식사량을 줄인다. 술은 도수가 낮은 것을 천천히 마신다. ‘원샷’은 안된다. 술 한 모금에 물 한 컵을 마시라. 알코올의 체내 흡수를 줄여준다. 안주 없이 술만 마시면 지방은 늘고 근육량은 줄어들어 좋지 않다. 기름기 많은 안주는 금물이다. 생선회, 두부, 닭가슴살처럼 저지방 고단백 음식이나 야채, 과일 등이 좋다. 대화를 많이 하여라. 술을 적게 먹고 에너지 소비를 늘릴 수 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박용우 원장의 다이어트 체험기
 밥은 무조건 반… 배 고프면 먼저 물이나 녹차
 그래도 진짜 허기지면 조금씩, 하루 대여섯 번

 

 박용우(46) 리셋클리닉 원장의 배둘레햄 탈출법은 자신의 체험이 바탕이 되어 있어 더욱 믿음이 갑니다. 박 원장 자신이 한때 비만이었지요. 키 174cm에 몸무게 74㎏. 식사 뒤에는 허리 34인치 바지의 단추를 끌러야 숨을 편히 쉴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병원을 찾는 비만환자들에게 오늘 당장 운동을 시작하라고 단호히 말하곤 했지만 막상 자신은 운동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01년 뉴욕 콜롬비아 의대 부속 비만연구소에서 연수를 할 때 찾아왔습니다. 대학원에서 12주간 유산소 운동을 할 지원자를 찾는다는 광고를 보고 “연구 대상자로 참여하면 강제로라도 운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습니다.
 박 원장은 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그 프로그램은 ‘다행히’ 운동을 빼먹으면 그만큼 늦춰지게 짜져 있어서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는 매일 러닝머신을 이용해 달리기와 조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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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주 만에 12kg 살을 뺀 박용우 원장의 전(왼쪽)과 후.

 자신이 비만 환자에게 처방하던 대로 식습관도 바꿨습니다. 먼저, 식사량을 여느 때의 반으로 줄였습니다. 밥은 무조건 반을 덜어내고 먹었습니다. 배가 고프면 먼저 물이나 녹차를 한두 잔 마셨습니다. 그래도 배가 고프면 먹었습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진짜 배고픔과 허전함을 구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속이 헛헛해서 먹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몸이 진짜 배가 고플 때는 먹기로 하자 처음에는 하루 5~6회 음식을 먹게 됐습니다. 물론 한 번 먹을 때 적게 먹었지요. 음식을 먹는 횟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하루 네 끼(아침, 점심, 간식, 저녁)로 일정해졌습니다.
 식단은 저칼로리 고단백으로 짰습니다. 주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었고, 한 끼는 아예 샐러드로 때웠습니다. 단백질 보충에는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닭가슴살, 삶은 계란 흰자위, 참치 등을 채소와 함께 섞어서 먹었고, 드레싱은 불포화지방이 풍부한 올리브유로 만들었습니다.
 외식 때는 비빔밥이나 회덮밥을 주로 먹었습니다. 물론 밥은 반 공기만 먹었지요. 저녁에 고깃집이나 횟집에 가게 되면 오리나 무채로 배를 채운 뒤 상치나 깻잎 두 장에 고기를 싸서 먹었습니다. 대신 나물반찬은 양껏 먹었다고 합니다. 점심과 저녁 사이에 허기를 느끼면 블랙커피 한 잔이나 과일을 먹었습니다.
 다이어트의 적이 지방이지만 그는 지방도 많이 먹었습니다. 단, 몸에 좋지 않은 포화지방 대신 불포화지방을 섭취했습니다. 그는 다이어트 기간에는 주머니에 호두와 같은 견과류를 늘 갖고 다니며 간식으로 먹었습니다. 견과류는 허기를 없애주는 데도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처음 일주일 만에 몸무게가 2㎏나 빠졌습니다. 하지만, 3주째가 되어도 더 줄지 않았습니다. 왜일까? 그러나 술을 끊자 다시 체중계 눈금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평균 0.23㎏씩 빠졌습니다.
 그렇게 12주가 지났지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허리둘레는 30인치로 줄었고 몸무게는 12㎏이 빠져 62㎏가 됐습니다. 주위에서는 그에게 10년은 젊어 보인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올바른 식생활습관을 익히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 먼저 몸이 건강해집니다. 날씬한 몸매는 저절로 따라오지요. 자신을 사랑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뱃살을 줄이는 다이어트를 시작해보세요.”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사진/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